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침저녁으로는 얇은 외투를 걸쳤던 것 같은데, 오늘 문을 나서는 순간 훅 끼쳐오는 더운 공기에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습니다. "아, 여름이구나."
봄은 늘 그렇듯 우리에게 제대로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나버렸나 봅니다. 분주한 일상에 잠시 계절을 잊고 지내는 사이, 여름은 소리소문없이 우리 곁에 다가와 있었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여름입니다.
눈으로 느끼는 여름
여름이 왔다는 신호는 가장 먼저 눈으로 찾아옵니다. 세상을 뒤덮었던 연둣빛 새잎들은 이제 한층 더 깊고 짙어진 녹음으로 변해 있습니다. 나뭇잎들은 한껏 물기를 머금어 햇빛 아래 반짝이고, 그 강렬한 햇살은 아스팔트 위에 아지랑이를 피워 올립니다. 하늘은 더 높아지고, 구름은 더 새하얗게 제 존재감을 뽐내는 계절. 모든 색이 한층 더 선명해지는 시간입니다.
온몸으로 느끼는 여름
피부에 와닿는 끈적한 습기, 후텁지근한 바람결에 여름을 실감합니다. 저절로 시원한 그늘을 찾게 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갈망하게 됩니다. 점심 메뉴로는 망설임 없이 냉면이나 막국수를 고르게 되고, 퇴근길에는 동네 마트의 수박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에어컨 실외기가 맹렬히 돌아가는 소리,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곧 시작될 매미의 합창까지. 온몸의 모든 감각이 여름이 왔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여름이라는 계절의 한가운데
물론 여름은 우리를 지치게도 합니다. 뜨거운 열기와 높은 습도, 밤잠을 설치게 하는 열대야와 윙윙거리는 모기까지. 하지만 여름은 그 모든 불편함을 잊게 할 만큼 매력적인 계절이기도 합니다.
해가 길어진 덕분에 누릴 수 있는 여유로운 저녁, 땀 흘린 뒤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의 행복, 훌쩍 떠나는 휴가의 설렘. 그리고 그 무엇보다, 1년 중 가장 생명력 넘치는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계절입니다.
어느덧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여름. 조용히 노크하고 찾아온 손님이 아니라, "나 왔어!" 하고 와락 껴안는 오랜 친구 같습니다. 이 뜨겁고 활기찬 계절의 한가운데서, 당신만의 소소한 행복과 즐거움을 가득 채워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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