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의 육아와 가사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겠습니다."
야심 차게 시작했던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저출생 대책, '외국인 가사관리사(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한때 저출생 문제의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이제는 "이대로 정책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왜 이 제도는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좌초될 위기에 처한 걸까요?
이상과 현실의 간극: '시범사업'의 현주소
정부의 구상은 명확했습니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도입해, 아이를 낳고 싶어도 육아와 가사 노동의 부담 때문에 망설이는 맞벌이 부부의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은 달랐습니다.
- 기대의 불일치: '월 100만원이면 가능할 것'이라는 초기 기대와 달리, 실제로는 송출국에 내는 수수료, 숙식비, 4대 보험 등을 고려하면 비용이 예상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이용을 원했던 가정에서는 "이럴 거면 그냥 한국인 도우미를 쓰는 게 낫다"는 반응이 나왔고, 외국인 근로자 입장에서도 낮은 임금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 소통과 역량의 문제: 언어 장벽으로 인한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물론, 체계적인 가사 및 육아 교육이 부족한 상태로 현장에 투입되면서 서비스의 질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었습니다.
결국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의 외면을 받으며 시범사업은 낮은 참여율을 기록했고, 정책의 실효성에 근본적인 물음표가 찍히게 된 것입니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뜨거운 쟁점들
이 제도는 단순히 비용과 효율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에 더 깊은 질문들을 던지고 있습니다.
바로 '인권'과 '차별'의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에게만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라는 비판이 시민사회와 노동계를 중심으로 거세게 제기되었습니다. 이는 특정 국적의 노동력을 값싸게 이용하려는 차별적 발상이라는 지적입니다.
또한, 내국인 가사·돌봄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전체 돌봄 노동의 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실패'인가, '성장통'인가?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는 이대로 '실패한 정책'으로 끝나게 될까요? 아니면 더 나은 제도를 만들기 위한 '성장통'일까요?
이번 시범사업은 우리 사회의 돌봄 문제가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지를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단순히 외국인 인력을 들여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돌봄 노동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 적정 비용, 인권 문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등 수많은 과제가 얽혀있음을 확인시켜 준 것입니다.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단기적인 땜질 처방이 아닌, 공공 보육 시설 확충과 같은 근본적인 저출생 대책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누군가의 희생'에 기반한 정책이 아니라, '모두의 존엄'을 지키는 정책만이 지속 가능한 해답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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