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시간에 시험을 봤더니 저희 아이가 주눅이 들었다고 합니다. 정서적 아동학대 아닌가요?"
믿기 힘드시겠지만, 오늘날 대한민국 교육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실제로 마주하고 있는 민원의 한 예시입니다. 여기에 더해, 아이 가방에 몰래 숨겨둔 녹음기로 교실의 모든 대화가 녹음되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선생님들은 이제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호소합니다.
한때 존경과 신뢰의 공간이었던 교실이, 이제는 교사들을 옥죄는 거대한 감시탑이자, 언제 터질지 모르는 민원 폭탄을 든 전쟁터로 변하고 있습니다.
'정상적 교육'이 '아동 학대'가 되는 현실
교사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때로는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으며, 그 성취도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교실에서는 이 모든 '정상적인 교육 활동'이 '아동 학대'라는 이름으로 너무나 쉽게 고소·고발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수업 분위기를 해치는 학생을 제지하면 '정서적 학대', 학습 성취도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을 보면 '아이를 주눅 들게 하는 행위'로 둔갑합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교사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결국 이들은 적극적인 교육을 포기하고, 그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라는 '소극적인 관찰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교실에 울려 퍼지는 '불신'의 녹음 버튼
더 큰 문제는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 사이에 자리 잡은 깊은 '불신'입니다. 내 아이를 지킨다는 명목 아래, 아이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보내는 일부 학부모들의 행위는 교실을 '불법 사찰'의 현장으로 만들었습니다.
교사들은 자신의 모든 말 한마디가 녹음되어, 어떤 의도로 편집되고 악용될지 모른다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농담 한마디, 격려의 손길 하나조차 혹여나 오해를 살까 자기검열을 반복합니다. 신뢰가 사라진 교실에서 어떻게 진정한 소통과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교권'의 추락, 결국 피해는 모든 아이들에게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교권의 추락'은 단순히 교사 한 명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교사가 두려움에 떨며 소극적으로 변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교실의 모든 아이들에게 돌아갑니다.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수업은 사라지고, 정해진 진도만 나가는 재미없는 수업만 남게 됩니다.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가 있어도 제대로 제지할 수 없게 되면서, 교실의 질서는 무너집니다.
결국 교사를 보호하지 못하는 교육 시스템은, 우리 아이들 중 누구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실제 아동학대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모든 것을 아동학대의 잣대로 재단하고,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은 이제 멈춰야 합니다. 교사가 전문가로서 존중받고, 최소한의 교육적 권위를 보장받을 때, 비로소 우리의 교실은 다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배움의 열기로 가득 찰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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